작품소개
인물의 수와 제한된 배경이라는 장르의 관습적
한계를 일부러 끌어안아 가장 높은 차원의 장편소설로 승화했다.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마치 미니시리즈를 주말에
1회부터 18회까지 한꺼번에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처럼
이야기는 몰입도와 독자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흡인력을 가지고 시작부터 최후까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독자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눈물을 흘리며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의 편에 홀연히 선다.
그녀를 매도하는 사회를 그녀를 마음으로 짓밟은
브론스키를 매정한 남편 카레닌을 저주하면서…….
혹은 매서운 눈초리로 안나를 바라보는 반대편에 분연히 선다.
가정을 버리고 아이를 버리고 남편을 버리고 애인까지
버린 그리고 자기 자신조차 버린 여인을 용서하지 못한 채…….
혹은 한 여인을 둘러싼 사회 현실에 씁쓸한 냉소를 지을 수도 있다.
어떤 반응이 올바른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상반된 태도를 가능하게 한 혹은
그 이상의 복잡한 감정을 모두 가능하게 한 「안나 카레니나」가
당대에도 후대에도 그리고 1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현실감 있는 문젯거리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풀기 어려운 철학적 문제를 담고 있지만
그것을 표현한 이야기 자체는 미니시리즈보다
더욱 흥미롭다는 것이 이 작품이 꾸준히 읽히는 영원한 고전인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