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5년 전, 아직 어렸던 사내를 만났다.
야만족의 왕. 전쟁의 패자(敗者).
쏟아졌던 야유와 조소 속에 덩그러니 서 있는 것이 불쌍해 자비를 베풀었다.
그것이 배신이 되어 돌아오고, 그녀는 사내의 땅으로 끌려갔다.
피. 연기. 비명. 불길. 새하얀 달마저 물들이는 듯한 붉음.
그것이 그녀에게 남은 사랑했던 고향의 마지막 기억.
그렇기에 은효은은 사내를 받아들일 수 없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뭐든지 주겠다 했다.
이용하고 싶다면 마음껏 이용해도 좋다고 했다.”
5년 전, 아직 어렸던 여자를 만났다. 여제국 황제의 누이.
결코 손에 닿을 수 없는 꽃.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
그 여자가. 그 여자만이.
“그럼에도 가야 한다면 부디 날 먼저 죽이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