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 序 章
제이인자(第二人者)들의 고독(孤獨)!
이 영혼(靈魂)을 악마(惡魔)에게 팔아 나를 잃더라도,
약한 두 팔보다 강한 한 팔이 천하최강자의 길이라면 스스로 한 팔을 잘라가면서라도 이 시대가 나를 천하제일인자로 부르게 할 것이네.
[미안하지만 이제는 거부하려 하오.
운명(運命)이 손짓하고 하늘이 유혹해도 이제는 소용없소.
영원한 이인자(二人者)로 남아야 했던 그 고독(孤獨)의 세월은
차라리 지옥(地獄)이었소.
그래서 이제는 거부하오.
지금 나에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천하제일인의 저 권좌(權座)일 뿐이오.
그래서 나는 이 순간의 고독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지도 모르오.
한순간의 미소를 찾기 위해… 내 사랑도… 내 청춘도…
내 열혈의 피도 버린 지 오래라오.]
인간(人間)들아!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라!
제이인자(第二人者)들의 가슴에 이끼처럼 깔려 있는
고독(孤獨)과 한(恨)이 얼마나 처절한가를 함부로 속단하지 마라!
술독에 목을 처박고…
저 하늘마저도 거꾸로 내려다보며 달래려 해도 쓰다듬을수록
아픈 상처만 더해 가는 상흔을 세치 혓바닥에 떠올리지 마라.
좌절이 끈질긴 유혹으로 다가오고 절망이 계집의 입술처럼 찾아들어
내 목숨을 요구할 때가 어디 한두 번이요, 어제오늘의 일만이었더냐?
무인(武人)의 숙명(宿命)을 안고 태어나 한 자루의 검만 주어진다면
동천(東天)의 태양이라도 갈라놓을 수 있고,
두 개의 육장(肉掌)이면 삼산오악(三山五嶽)을 요절내 버릴 수 있으며,
몇 근 머리로는 저 하늘이라도 우롱하고 황금빛 수실의
장창(長槍)으로는 천군만마(千軍萬馬)를 호령하며,
광야를 한 마리 철사자(鐵獅子)처럼 질타하면 무엇하랴.
이 시대가, 오늘의 역사가, 중원의 무림(武林)이 그리고 저 말많은 인간들이 나,
나를 이인자(二人者)라 부르는 것을. 사람들아! 그대들은 아는가?
천하제일(天下第一)을 꿈꾸어 오던 가슴에 이인자(二人者)라는
달갑지 않은 오명(汚名)이 안겨졌을 때의 마음을…….
내 청춘의 야망이 한순간에 허전한 빛무리처럼 흔적 없이
스러졌을 때의 그 절망을 아는가? 내 사랑을 밤의 불길처럼 태우고…….
내 피로 씻은 한 자루의 검으로 황야를 훑어냈거늘…….
허헛! 그랬더냐? 이 시대의 역사는 나를 고작 이인자로 말하더란 말이지.
차라리 이 서푼 가슴에 자리한 야망의 불꽃이
한여름의 태양(太陽)처럼 강렬하지나 않았던들.
차라리 천하제일이라 스스로 자부했던 이 머리가 저 히히덕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