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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4.02.27 약 22.2만자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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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시작은 도희의 말대로 회를 먹고 난 후, 집에 들어와 배를 꺼트릴 겸, TV를 틀자마자 하는 영화를 보던 도중이었다. 나란히 앉을 생각이었지만 태현은 그녀를 자신의 앞에 앉힌 후,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고 있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태현의 뜨거운 숨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어떤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 멜로 영화였나 보다. 그 때, 주인공 두 사람이 키스하는 장면 그대로 태현이 돌진을 하듯이 키스를 해왔다. 가볍게 하는 키스인가 보다, 했던 생각은 어느새 어리석은 생각이 되어버렸다. 아까 낮에 했던 키스가 그를 내내 부추기고 있었나 보다. 그대로 불이 붙은 태현은 그대로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 같은 커다란 불꽃이 되어 그녀를 그대로 삼켰다.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한 번, 그대로 그녀를 침실 안으로 데리고 가서 침대 위에서 한 번. 두 사람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보여주는 것은 방 안에 가득 찬열기뿐이었다.

“……있잖아요, 태현 씨.”

그는 거침없이 그녀를 안았다. 그러나 세심하니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소중히 대해준다는 느낌을 지우지 않았다. 늘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태도였다. 그래서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다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알몸인 그를 알몸으로 대하는 것은 여전히 어색했고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그의 얼굴을, 그리고 두 눈을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될 이야기였다. 태현은 말이 그녀의 얼굴을 매만지고 있었다. 그의 손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아까 전 나누었던 정사가 떠올랐지만 애써 모른 척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태현은 움직이는 그녀의 입술 위에 엄지를 얹어 그대로 움직임을 쫓고 있었다.

“당신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에요.”
“그래.”
“들어줄래요?”

조심스럽게 묻는 목소리에 태현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마 위에 쪽, 소리가 나게 부드럽게 입을 맞춰주었을 뿐이다. 여전히 두 눈동자는 그대로 도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태현 씨도 알고 있겠지만…… 일본에서 많이 힘들었어요.”

여전히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고운 미간이 잠깐 일그러졌다. 짧게 소리를 내서 웃던 도희는 그의 미간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매만지며 펴주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와서 더 힘들었었죠.”

그만 말을 하라 하고 싶지만 꼭 하고 싶다는 이야기라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태현은 속에서 기어 나오는 분노를 애써 잠재우기 위해 조용히 잔잔한 클래식 음악처럼 펼쳐지는 그녀의 목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그리고 어두운 방 안에 빛이 들어왔어요. 문이 열리고 당신이 들어온 거예요.”

여기서 두 사람 모두 첫 만남을 기억했다. 마치 서로에게 각인이 된 것처럼 그 날의 기억은 무서울 만큼 선명했다.

“당신은 구원자였어요. 진짜 구원자.”

악마 따위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 겁이 났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저를 대해주는 그 모습에, 처음부터 마음에 담았었어요.”

잃을까봐. 어느 날 빼앗길까봐. 조용히 울려 퍼지는 그녀의 목소리에 물이 묻어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스쳐 지나갔지만 태현은 여전히 입을 다물었다. 뭐라고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 않는 제 자신이 너무 무능력하니 느껴졌다.

“당신이 주기적으로 들릴 때만을 기다렸었어요.”

태현은 늘 일정 시간에 도희의 방으로 들어왔었다. 그리고서 늘 최 씨에게 밥은 잘 먹는지, 부족한 건 없는지, 전부 도희에 관련된 것들만 묻고 한 번 씩 머리를 쓰다듬고선 돌아갔었다. 그 시간이 가장 달콤했던 시간이었다.

“그 집에서 지내면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이 부분에서 잠시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던 태현의 손길이 멈추었다. 그에 살포시 도희가 웃으며 그의 손등 위로 손을 얹었다. 따듯한 온기가 전해지는 기분에 태현은 도희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며 두 눈을 바라보았다. 도희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더 원하게 되었어요.”

난생 처음 한 사람을 원하게 된 감정은 격정적 파도처럼 급히 몰아쳤다. 악마의 속삭임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었다. 그를 당장 가지도록 해. 명령조에 하마터면 그에게 모든 것을 말을 할 뻔했다. 난 당신을 원해요, 라고.

“그런데 당신은 너무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라…… 원할 수가 없었어요. 원할 수 없는 사람을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은 너무나도 아프게 다가왔고, 그래서……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었어요.”
“…….”
“그래서 몰래 도망칠까, 했는데 그 때 태현 씨가 그런 거예요. 뒷문을 항상 열어 두었다고.”
“…….”
“그 날, 태현 씨가 가고 바로 가서 확인했었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많이 울었어요.”

잠시 쓴웃음을 짓던 도희는 고개를 들어 태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잠시나마 절망의 심연이 보였다. 손을 뻗어 그의 눈가를 매만지며 다시 말을 이었다.

“집에서 나온 후, 8년 동안…… 당신을 빠짐없이 매일 생각을 했었어요.”
“…….”
“힘들었을 때나…… 지쳤을 때나.”

만약 술집에서 일을 하면 언젠간 태현을 만날 것만 같았다. 그를 만나기 위해 간 것은 아니었으나 돈을 벌기 위해 가려고 했을 뿐이다. 단지, 그를 만나게 되면 저를 기억하지도 못 할 것 같았고, 만약 기억을 한다 해도 술집에서 일을 하는 저를 보며 얼마나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을까, 라는 생각에 마음을 졸였었다. 그리고 기적처럼, 혹은 우연처럼 만났다. 그러나 그는 기분 나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오히려 놓칠 수 없다며 서툰 애정 표현을 했었다. 그 누구보다도 솔직하게.

“언젠간……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
“고마워요.”
“…….”
“나를 계속해서 찾아주어서.”

윤해조의 로맨스 장편 소설 『홍염의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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