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때로는 높이도 날아 보았다
너무나 높이 날아 잘 있거라 만물이여
그리하여 숨죽이며 낮게 서행할 우리들의…….
바다의 가장 깊숙한 저편, 하늘의 가장 높은 저편, 아니라면 우주의 아득한 저편. 하얗게 사라져 없어졌던 감각들이 하나씩 돌아오고 마지막으로 눈을 떴을 때, 눈물을 보았다. 끝났구나, 라고 깨달은 갈색 눈은 더 돌아가다가 멈춰버렸다. 부모님 말고 다른 누군가가 더 있을 턱이 없는데도 찾고 있었다.
넌 나를 위해서 울어주었을까.
나은은 다시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그의 눈물도 본 적이 없었다. 나은은 기력 없는 목을 부여잡고 통곡하고 싶었다. 뼈가 저미도록 외로웠다. 색색거리던 숨은 쉬이 진정되지 않았고, 손바닥은 땀으로 가득 젖었다. 나은은 차의 방향을 제자리로 돌리다 말고 아직 헐떡이는 가슴에 힘을 주었다가, 차를 세웠다.
“혁진아. 어딘지 말해주면 갈 테니, 잠깐 봤으면 좋겠어.”
난데없는 나은의 말에 혁진이 당황했는지 침묵했다. 물 없이 삼켰던 약의 기운이 이제 돌기 시작했는지 나은의 귀에도 거슬렸던 숨결이 조금씩 가라앉아갔다.
그때는 널 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널 봐야겠어. 그냥 그럴래.
다시 만난 그들의 낮게 서행하는 저공비행.
재경의 로맨스 장편 소설 『저공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