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나도 다행이다. 네가 이렇게 내 옆에 있어서” 그의 가슴은 너무나 벅찼다. 그를 허락해 준 그녀가 고마웠고 둘이 마주 보고 서 있는 이 시간이 소중했다. 살포시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내려앉았다. 그녀의 입술을 맛보듯 살짝 핥았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맛본 입술이 너무 향긋하고 맛있어 그는 좀 더 깊은 맛을 보기 위해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넣었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술 냄새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녀의 입술은 달았다. 서로 얽혀든 혀의 맛도 너무 달게 느껴졌다. 질척한 단내가 아니라 알싸하면서도 깔끔한 단내가 서로를 더욱 탐하게 만들었다. 성준의 손이 이미 그녀의 티셔츠 안에 있는 브래지어 속으로까지 뚫고 들어와 가슴을 장악했다. 처음이었다. 타인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못했던 가슴을 누군가가 만지고 있다는 것이 그녀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느껴지는 감각도 너무 생소해 온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은 그녀와는 상관없이 성준의 입술은 어느덧 그녀의 귓불을 훑고 목으로 옮겨졌고 그의 손은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어 버렸다. 티셔츠를 벗기기 위해 위로 들어 올리자 수린이 멈칫하며 뒤로 물러서면서 올라간 티셔츠를 끌어 내렸다. “저기…… 먼저…… 술이라도 한 잔 더하면서…….”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뭔가 겁먹은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쑥스러워 무안해하는 그녀의 표정이 그녀의 순진함을 여과 없이 드러내 놓고 보여주고 있었다. 스물아홉 먹은 수려한 외모의 커리어우먼이 처녀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 아니, 처녀가 꼭 아니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순진하고 귀여울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런 귀여움에 성준은 더 참을 수 없었다. “아니! 술은 필요 없어.” 급하게 다가오는 성준을 보며 수린은 뒷걸음질 쳤다. 당당하려 해도, 처음인 티를 내지 않고 도도해 보이려고 해도 역시 무경험에서 오는 표정이나 행동은 어설플 수밖에 없었으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기…… 그래도……. 씻기라도 해야…….” 그녀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성준의 두 팔에 그녀가 들려져 있었다. “꺅!” 너무 놀라 수린은 비명을 질렀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준은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좀 전에 했던 것처럼 그녀의 티셔츠를 위로 올려 벗겨 버렸다. 이미 풀어져 있던 브래지어도 함께 벗겨져 버려 하얗고 뽀얀 그녀의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나 버렸다. 당황한 수린이 시트로 몸을 가렸다. “불이라도 좀 끄자. 응?” 스탠드 불빛이 은은하게 분위기를 살려 주는데도 자신의 몸이 그대로 보이는 그 불빛이 부담스러워 수린은 눈조차 뜨고 싶지 않았다. 성준이 일어나서 스탠드의 스위치를 내리자 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는 수린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그 어둠이 싫었지만 수줍어하고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배려해야 했다. 창피해서 얼굴 붉히며 몸을 오그라뜨리는 그녀에게 자칫 수치심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미치자 그녀가 원하는 이 암흑도 받아들여야만 했다. 성준은 아예 셔츠를 벗어 버리고 침대로 다가갔다. 어둠 속에서 버클이 풀리고 곧이어 그 버클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옆에 누워 수린을 감싸 안는 그의 몸이 놀랄 정도로 뜨거웠으나 그가 그녀의 이마에, 눈에, 뺨에 그리고 입술에 하는 키스는 뜨겁거나 거칠지 않고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경직되었던 그녀의 몸이 그리고 그녀의 마음이 그의 키스만큼 부드럽게 풀리기 시작했다. 그의 입술이 목선을 타고 그녀의 가슴에 이르렀다. 손길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지만 그게 어떤 느낌이고 어떤 기분인지 그런 걸 느낄 수도 없게 그녀는 자꾸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 촌스럽게 굴지 않고 세련되게 그를 받아들이려 해도 그녀에게는 사실 무리였다. 그러나 최성준이 누구인가! 키스 하나로 강수린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가 아니던가. 마음을 다해 그녀를 보듬어 주는 그의 입술과 손길이 그녀의 온몸을 돌아다니는 동안 그녀의 입에서는 어느덧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고 그의 손길과 입술에 적응이 되어갔다. 어느 순간 그녀의 몸은 알몸이 되어 성준의 몸 아래 있었다. 아랫부분에서 성난 그가 느껴지자 그녀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두려웠다. 심한 고통이 있다는 걸 이론으로는 잘 알기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린아, 내가 너 많이 사랑하나 봐.” 통속적인 영화에서 분명 이런 장면들이 있다. 남자의 애원에 못 이겨 몸을 허락하면서 여자들이 흔하게 물어보는 말. ‘나 사랑하지?’ 그러면 대게의 모든 남자들이 대답한다. 정신은 섹스에 팔려 있으면서 건성으로라도 대답해 주는 말. ‘응. 사랑해. 너무 많이 사랑해.’ 사실 성준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사랑하냐는 질문이 아닌 진심으로 그녀 자신을 원하냐고. 그런데 물어보지도 않은 말에 그가 해주는 사랑이란 말이 갑자기 우스웠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수린은 뭔가 분위기가 깨지는 것 같았다. 차라리 말을 말지.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갑자기 밀려드는 아픔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성희주의 로맨스 장편 소설 『너 때문에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