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양복 안 입은 남자가 없고 스커트 안 입은 여자가 없는 이 호텔 커피숍에
새빨간 트레이닝복으로 전신을 감싼 여자가 어기적어기적 걸어 들어오는 순간,
레스토랑의 공기 흐름이 달라졌다. 어떻게 저런 물건이 존재할 수 있지?
말이 좋아 트레이닝복이다. 요즘 말로 엣지 있는 트레이닝복이 얼마나 많은데,
저건 그냥 그 옛날의 추리닝일 뿐이다.
경준은 태어나 지금껏 붉다, 붉다 저렇게 붉은색은 처음 봤다.
깡총하게 묶은 머리는 이상하게 기름져 보였고 앞머리도 슬쩍 눌린 것만 같았다.
그러게 진작, 진작 연애해서 결혼하지 그랬냐.
경준은 생전 처음 보는 남자에게 동정을 표했다.
어쩐지 남자라는 같은 동족으로서 저런 여자에게 당하고 있는
아르마니를 구해주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
……정말 그렇게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아르마니보다 더 동정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자신일 줄은,
그때는 꿈에도 몰랐다.
365일 추리닝을 입고 출근하는 원조 또라이 정나진.
또라이답게 한 번씩 지랄 발광하는 센스까지 잊지 않는 그녀의 매력 속으로 푹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