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그에 대한 기억의 조각만을 잃어버린 여자, 세은.
자신은 기억할 수 없는, 그에게 했던 일들을 보고 들었다.
너무나도 창피했다. 그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가 자신을 싫어할 만하다고 납득이 되었다.
그래서, 그를 만나면 꼭 말하고 싶었다.
미안했다고, 이젠 예전 같은 일 없을 거라고.
하지만 그런 자신을 남자는 비웃었다.
이번엔 무슨 수작이냐면서…….
아, 난 저 남자에게 이렇게까지 거부당했었구나!
그녀가 너무나도 싫은 남자, 은형.
자신을 보는 그 여자의 눈빛이, 챙겨준다는 행위가,
바라봐 달라는 그 소리없는 외침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기억만을 쏙 잊어버렸다는 그 여자가
정말 가증스러웠다.
미안하다는 그 말을, 이젠 그런 일 없을 거라는 그 말은
믿을 수도, 믿어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여자는 정말 자신을 잊은 듯 그의 주위에서 사라졌다.
시원했다. 정말 홀가분했다.
하지만……정녕 그러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