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내가 빙의한 하이틴 영화의 남주인공에게 수학 과외를 해 주게 되었다.
빌어먹을 추천서가 뭐라고!
“기하학 말고 다른 것도 잘해? 이를테면, 키스 같은 거?”
그냥 과외만 해 주고 튈 생각이었는데, 남주인공은 왜 저딴 질문을 하는 것이며,
“나 예전부터 너 좋, 좋아했어…! 홈커밍 파트너가 되어 줘!”
소꿉친구인 놈은 또 왜 저러고,
“내 연주 보러 우리 집 갈래?”
학교 유일한 밴드의 보컬은 왜 내게 추파를 던지는가?
“클로이, 미안하지만 네가 학생회 일 좀 도와줘야겠다.”
거기다, 일 더미를 들고 쫓아오는 학생회장까지!
아, 나는 그냥 너드로 빙의한 김에 좋은 대학이나 가려 했다고!
▶잠깐 맛보기
그가 끈을 조임과 동시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
밑에서부터 하나씩 조여 오는 끈과 함께 아이즌아워의 숨이 내 목뒤를 간질였다. 그때, 뒤에서 피식 웃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이즌아워가 날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숨 쉬어.”
“그……! 쉬고 있었거든?!”
아, 하필 이때 삑사리가 나서는……. 창피한 나머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얼굴에서 열도 나는 것 같다. 근데 괜히 눈을 감은 듯했다. 시각이 차단되니 다른 감각 기관이 더 활성화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아이즌아워의 고른 숨소리며, 단단하게 나를 받쳐 주는 팔뚝 하며, 의외로 젠틀한 손놀림까지. 오롯이 느껴 버리게 되었다.
그가 끈을 조이느라 어쩔 수 없이 닿은 피부는 열기에 델 것 같았다.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나는 조용히 드레스 자락을 움켜쥐었다. 드레스를 끝까지 조인 아이즌아워는 이제 뒤에서 리본을 묶는 듯했다.
사락사락.
시폰 끈이 스치는 소리가 야릇했다.
“…….”
“…….”
다 묶은 거 같은데 얜 왜 말이 없어. 기다리기 민망해서 슬그머니 눈을 떴다. 그런데 거울 너머의 아이즌아워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헤이즐 눈동자 속에 많은 감정이 휘몰아쳤다. 무슨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복잡한 종류인 것은 알겠다. 그 감정을 나 혼자 받는 것이 버거웠기에 시선을 내리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