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교수님, 학회 일정표와 호텔 부킹 내역입….”
“휴지통이 제때 안 비워진 것 같습니다. 원두 바꾸세요. 혀가 썩는 줄 알았습니다.”
“…….”
“할 말 더 남았습니까?”
제이슨 문. 일명 ‘닥터 M’.
미국 명문 대학 수석 졸업,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 선정.
세계가 주목하는 물리학 박사.
연구의 성과에 따라 차기 노벨물리학상 후보로까지 점쳐지는 그가,
4년 전, 돌연 포항의 한 대학교 석좌 교수로 부임했다.
물리학부생이던 나리는 그의 명성에 따라 처음엔 팬심을 가졌으나.
<걸리적거리지 말고 당장 꺼져!>
첫 만남에 문전박대를 당한 뒤부터,
그저 ‘가족의 생계’를 위해 겨우 그의 곁에서 조교로서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낯선 남자들에게 잡혀가려는 걸 저지한 뒤로,
둘의 관계는 완전히 바뀌었다.
“중앙 정보국? 거기서 무슨 일이길래 우리 교수님을 데리고 가요?”
“그것도 미국인을? 사전에 협조 구했어요? 대사관하고는 합의된 거예요?”
“혹시 민간인 사찰해요, 지금? 와하,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이 사람들이 진짜!”
그렇게 M의 ‘첫 친구’가 된 나리.
“저의 개인 조수가 되는 것은 어떻습니까? 합당한 보수는 드리겠습니다.”
그로부터 직접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다.
둘 사이, 조금은 가까워진 걸까?
“당장 나가!! 겟 아웃!!”
…아니었다.
“옛말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어요. 조수 자리를 제안한 건 교수님이니, 앞으로 저를 이해시켜 가면서 말씀하셔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커피잔 손잡이 방향 다 바꿔 버릴 거예요. 몇 년 묵은 원두 꺼낼 거고, 전선 케이블도 몽땅 잘라 버릴 것이며, 알록달록 무지개색으로 파일들 싹 다 뒤엎어 버릴 거예요!!”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 용기를 낸 M과
본인보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서만 살던 나리는 과연
서로에게 따뜻한 ‘집’이 되어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