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제국의 권세가 라인하르트 공작가의 답도 없는 민폐 악녀.
입양아면서 주제를 모르고 날뛰고, 사교계에 재를 뿌리고 다니는 여자.
공작가의 친딸로 돌아온 아리아 라인하르트를 독살하려던 여자.
그게 나, 민디아 라인하르트였다.
“살려 주세요!”
“네가 죽일 뻔했던 아리아에게도 빌어 보아라!”
목이 베이던 순간 깨달았다.
이곳은 내가 읽었던 소설 속이고, 나는 작품 초반에 죽는 조무래기 악역이라는 걸.
돌아온 뒤 이번 생에는 그렇게 살지 말자고 다짐했다. 아무 남자나 잡아 결혼해 공작가를 벗어나려 했다.
“아까 파티장에서 다른 남자한테 눈웃음친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그렇게 결심한 두 번째 삶은 학대로 막을 내렸다.
그다음 생에는 아예 도망치자 결심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떠나 자유롭게 살고자 했는데.
“반역자, 민디아 라인하르트는 나와라!”
“저 계집이 혼자 꾸민 일입니다!”
“우리는 관계없습니다!”
공작가가 저지른 죄악은 어느새 나의 죄악이 되어 있었다. 자유를 꿈꾸었던 세 번째 삶은 꿈결처럼 녹아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네 번째.
더 이상은 당해 주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사람이 있었다.
“도움이 될게요. 그리고 적절한 때에 각하를 떠나 드릴게요.”
“떠나겠다고요.”
“네. 흔적도 없던 여자처럼요. 반드시 그렇게 해 드릴게요.”
…분명 그렇게 할 예정이었는데.
“이제 와서 대체 어딜 가겠다는 겁니까.”
“저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제 곁에 설 라인하르트는, 제 연인은 당신 하나로 족하다고.”
왜 나를 붙들고 있는 손은 이다지도 강하고 뜨거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