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양 비서.”
서유의 입술 끝이 바르르 떨렸다. 저 인간 또 시작이네. 그러나 그녀는 귀찮음과 짜증을 싹 지워낸 얼굴로 공손하게 대답했다. 남의 돈 먹기가 어디 쉬운 일이던가.
“네, 본부장님.”
“나 오늘 어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서유는 높낮이가 전혀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멋지십니다.”
“헤어 스타일이 좀 올드하지 않아?”
“멋지십니다.”
“오늘은 특별히 스리피스로 입어봤는데 더워 보이진 않고?”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서유가 낮게 한숨을 흘렸다. 시간 없어 죽겠는데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나.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윤의 질문은 계속됐다.
“얼굴은?”
“퍼펙트하십니다.”
“양 비서, 칭찬에 영혼이 없어.”
처음부터 끝까지 고저 없는 말투에 윤이 불만을 표했으나 서유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제 영혼은 고용계약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양심이 좀 있어 봐라. 뒷말을 꾹 삼킨 서유는 정색하며 대답했다.
“어쨌든, 좋아. 오늘이 스물아홉 번째, 맞지? 가지.”
벌써 스물아홉 번째 맞선. 대체 어쩌다가 상사 맞선 자리를 따라다니게 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