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가 세상의 전부였다. 칠흑 같던 세상에서 유일하게 빛이 되어주었던 남자. 그의 부탁이라면 없는 부모마저 대행으로 만들어낼 만큼. 그러나 삶의 전부였던 사랑은 상견례 자리와 함께 잔인하게 산산이 조각났다. “유지헌 씨가 김다정 씨와 헤어지고 싶답니다. 그 말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그게 무슨…….” 비실비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도 제가 미친 것 같았다. 수인은 등받이에 느긋하게 등을 대고 앉아 그런 다정을 그저 보기만 했다. 가벼운 한숨이 수입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하하, 지금 그러니까 이번엔 당신네 업체에……. 그 사람이 나랑 헤어지겠다고……,” “네, 유지헌 씨가 이별 대행 서비스를 요청하셨습니다.” 그는 제 말이 끝나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숨이 막혀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