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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감히 우러러볼 수조차 없는 유성 그룹의 상속자이자 권태주.
파견직 말단 비서인 주예신에게 빚을 갚아주는 조건으로 시한부 결혼을 제안한다.

“어째서 저인 거죠?”
“다 모자라니까.”
“이사님 말씀은, 제가 여러모로 모자라니까 이 결혼을 망치는 데 일조한다는 말인가요.”
“주 비서는 참, 똘똘해.”

태주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예신은 망설임 없이 계약서에 사인했다. 평생을 냉혹한 현실에 시달리며, 누구보다 제 값어치를 잘 아는 건 그녀였다.

“시어머니가 좀 삐딱하게 굴겠지만, 잘 견뎌 봐.”

임신했다는 거짓말로 결혼하고, 유산으로 흠 잡힐 계획이었다. 잠시간 잘 견디면 지긋지긋한 빚에서 해방이니 남는 장사라 생각했다.
주변의 조롱과 모멸감은 어차피 갚아야 할 이자 같은 것에 불과하니까.

*

“애도 못 낳으면 이 집에 있을 이유가 없겠지. 내년까지 소식 없으면 나가야 할 거야.”

유성 그룹의 회장님이자 태주의 할아버지가 아이를 강력하게 원하면서 결혼이 일찍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태주는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웃돈을 걸면서 계약 변경을 제안한다.

“딸이든 아들이든 아이 하나 낳으면 돼.”

그의 마음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온전한 가족을 가져 본 적 없던 예신은 상상만으로 극심한 갈망을 느꼈다. 사랑하는 아이, 그리고 사랑받은 엄마. 고민은 짧았다.

“이혼하면 아이는 무조건 제가 키웁니다.”
“그렇게 해.”

모든 일이 잘 흘러가는 듯했다.
진짜로 배 속에 임신한 아이를 잃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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