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하, 내 인생……. 딴 놈 주머니 털걸…….”
소매치기 10년 차, 훔칠 소매를 단단히 잘못 골랐다.
지나가는 인간 물건 좀 슬쩍한 것뿐인데, 세계 멸망의 책임자가 저라뇨?
착실하게 제국의 성기사단장에게 끌려가는 와중, 어째 엉뚱한 소리가 들린다.
“당신 어머니가 10년 뒤에 제 신붓감을… 주시겠다고 했습니다.”
“……음?”
“대마법사의 예지는 빗나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아마, 올해에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쌀쌀맞기만 하던 남자의 목소리가 놀랍게도 떨리고 있었다.
이 인간, 왜 설레어하는 것 같지? 미쳤나?
“사실 그 말 때문에 그 어떤 여자와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아내 될 사람에게, 처음과 마지막을 다 주고 싶었고…….”
이건 또 무슨 정신나간 순애람?
심드렁하게 지나치려던 그 순간, 스쳐 지나가는 어머니의 의뭉스러운 웃음.
—“그래서, 옆에 있는 그놈은 좀 마음에 들고?”
—“이런 걸 왜 묻냐니, 그야 내 사윗감이잖니?”
식은땀이 흐른다.
어, 엄마? 도대체 살아생전 무슨 짓을 하고 다녔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