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그래서, 생각처럼 잘 되던가요? 손부채식 이별법.”
“……네?”
“알려 줄래요? 나중에. 성공했는지, 안 했는지.”
신기했다.
365일 중에 360일을 만났는데도 못 만났던 5일이 그토록 길고 애틋했는데,
그런 우리가…… 헤어지다니.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매일 만나, 매일 사랑하고, 매일 행복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헤어지고 보니 온통 후회뿐이었다.
지영은 남자 친구인 동우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그와 헤어지고 나서야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그리고 동우가 얼마나 나쁜 남자였는지를 깨닫는다.
그럼에도 그와의 이별에 가슴 아파하던 어느 날,
자신과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남자 친구가 올린 스몰 웨딩 사진을 발견하게 되고,
심지어 자신이 커플 티로 선물해 주었던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자 마음을 접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어도, 가랑비처럼 스며든 추억은 곳곳에 남아 그녀를 힘들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을 앞두고, 라인 카드 VIP실 고객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오고,
그 전화는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버리는데…….
[본문 내용 중에서]
“여보세요.”
-사적인 전화 목소리는 또 색다르네요.
이수혁 대표였다.
사적인 전화.
지영은 지난 금요일 막콜 때의 전화 내용이 떠올라 눈을 질끈 감았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었지만 창피함은 어쩔 수 없었다.
본사 대표에게 자신의 이별 속내를 다 떠벌리다니.
내일부터 무슨 낯짝으로 본단 말인가.
-내일부터 본사로 출근하는 거 알고 있죠?
거기다 대표 전용 상담원으로.
“네. 대표님…… 이시죠?”
-무슨 할 말 있습니까?
“대표 전용 상담원이라고 전해 들었는데,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건지 궁금해서요.”
-아, 지난 금요일 통화처럼 하면 됩니다.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바뀐 것뿐, 달라진 건 없어요.
“……예?”
-그럼 내일 보도록 하죠.
그녀는 끊어진 전화에 잠시 멍하니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회사 대표와 사랑과 이별에 대해 상담하는 게 제 일이 됐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