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황녀 발레리 벨로프.
선황제의 늦둥이 딸로 태어난 그녀는 어미인 선황비에게 오랫동안 학대를 받았다.
더 자란 뒤에는, 어미가 지은 죄로 인해 얼어붙은 설산에 유배당하기까지 한다.
불행히도 비극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주 오래 전, 설산에서 죽임당한 괴물의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많은 이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바로 그 빙결 능력을.
‘모두에게 배척받는 힘까지 갖게 되다니…… 이 삶을 더 이어갈 의미가 있을까?’
마음을 먹기 무섭게 서늘한 기운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
분명 그대로 죽었을 텐데…….
눈을 뜬 발레리의 시야에 들어온 건 처형당했던 제 어미, 앨리시아였다.
자신이 빙결 능력을 가진 채 9살의 어린 시절로 돌아왔다는 걸 깨달은 발레리는
과거와 똑같이 살 순 없다는 생각에, 황제이자 이복오빠인 밀러드에게로 도망친다.
“폐하. 제발 저를 구해 주세요! 시키시는 건 뭐든 다 할게요. 제발, 저 좀 살려 주세요…….”
그리고 그날을 기점으로 발레리의 삶은 달라졌다.
“혼내실 거예요?”
“……아니.”
엄격해 보이던 첫째 오빠는 애교 한 번에 녹아내렸고,
“얼마야! 얼마면 돼!”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던 둘째 오빠는 발레리의 말이라면 백지 수표에 사인이라도 해 줄 기세였다.
그렇게 꿈 같은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발레리는 세상과 단절된 채 능력을 숨기고 살아가던, 마치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은 아이를 만난다.
“안녕, 괴물.”
입을 여는 순간, 웅크려 있던 아레스의 안광이 살기로 번뜩이며 날카롭게 솟은 그림자가 쇄도했다.
즉시 빙벽을 세워 심장을 꿰뚫을 듯 날아든 그것을 막아내자, 아이는 놀라 움직임을 멈추었다.
“나도 너와 같은 괴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