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남편이 바람난 여자의 집에서 죽어 가니 어서 와서 치료해 달란다.
헐레벌떡 달려갔더니 남편은 피 웅덩이 위에 누워 있었다.
“브랜든, 정신 차리고 일어나. 집에 가야지. 힐!”
힐이 안 통한다.
“야, 이 자식아, 흑, 너 오늘 집에 가면 내가, 가만히 안 있을, 흑. 아냐, 일어나.
나 화 안 낼 테니까, 이번 한 번만 넘어가 줄 테니까 눈 떠…. 제발, 제발….”
분노가 슬픔과 절망으로 바뀌고, 욕설이 절규와 간청로 바뀌었을 때쯤.
그가 눈을 떴다. 이내 그의 입에서 묘하게 낯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그날부터 남편이 이상해졌다.
새침한 새끼 고양이처럼 아양을 떨던 놈은 어디로 가고 웬 점잖고 고지식한 남자 하나만 남아 있다.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다 느닷없이 '퀘스트'가 어쩌고 하면서 밖으로 뛰쳐나가지를 않나,
밤에 몰래 나가는 것 같길래 새 정부라도 생긴 거냐고 추궁했더니, 이 남자 대답이 가관이다.
“전 바람 같은 거 피우는 놈이 아닙니다. 누차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주먹까지 꽉 쥐고 결백을 외치는 꼴이,
누가 보면 평생 지조와 절개를 모토로 살아온 사람인 줄 알겠다.
그런데 묘하게 신뢰가 간다.
철없는 망나니 같던 남편의 몸에 다른 영혼이라도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부탁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다 말해. 지금 기분 같아서는 다 들어줄 수 있을 거 같으니까.
“혹시 파티… 가능하시겠습니까?”
“파티…?”
갑자기 무슨 파티? 여자를 밝히기는 했어도 파티를 즐기는 남자는 아니었는데.
“유능한 힐러가 필요합니다. 당신을 꼭 제 파티원으로 영입하고 싶습니다.”
“응?”
그 파티가 아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