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태어났다, 사냥꾼의 딸로.
자랐다, 눈물 콧물 쏙 빼가면서.
도망쳤다, 나를 품어줄 세상 속으로.
어머니가 사약을 받았을 때 그녀는 겨우 5살이었다.
무작정 길을 떠난 후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걷고 또 걸었다.
무섭고 고단했지만 지금은 그래야만 한다.
어머니와 약속했으니까.
연화는 시뻘겋게 살점이 드러난 것처럼 붉은 흙으로 뒤덮인 조 상궁의 무덤을 바라보았다.
“조 상궁, 있지, 나는, 조 상궁의 당부대로 살겠다, 살아남겠다, 그런 약속 같은 건 안 할 거야.”
다시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아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참으려고 하는데, 참고 싶은데 부들부들 떨리는 입술을 따라 어깨도 가슴도 같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 그렇게 살아갈게. 그러니 이젠…… 쉬는 걸 허락한다.”
#거지인 내가, 공주라고?#나한테도 출생의 비밀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