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내가 주인공인 줄 알았다. 남주인공인 위슬러의 바람을 목격하고 여기가 리메이크 전 소설이라는 걸 알기 전까지는. 사교계의 천사인 그가 나를 악녀로 만들었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는.
주인공은 무슨, 고작 엑스트라에 가까운 조연이었다. 성녀는 무슨, 악녀가 되어 있었다.
이런- 젠장.
암담한 순간, 한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별말 안 했어요. 위슬러가 개XX라고만 했지.”
“개XX라면…….”
“위슬러가 동물도 아니고, 욕으로 한 소리 맞아. 귀엽지도 않고, 키우는 맛도 없는 개XX.”
남주인공의 형, 헤레이스 그레이였다.
정확히는 남주인공의 미친 형, 헤레이스 그레이.
내 운명의 탈출구를 찾은 것 같다.
* * *
신문에 실려 화제성을 얻고 내 평판을 바꿀 기회를 얻기 위해 헤레이스와 계약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하루가 머다하고 그는 서프라이즈를 가져왔고,
“난 필레나의 세컨드가 될 수도, 개가 될 수도 있는데, 고귀해서 약아빠진 우리, 동생은 어떠려나?”
무던하게 살아왔던 내게 다음 날의 기대감을 주었다.
“우리 여친 님, 나랑 키스할래?”
……그리고 위슬러는 이상행동을 보인다. 나와 헤어지려고 하지 않고 헤레이스와 내 사이를 이간질 한다.
“형은,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어렸을 때부터 똑똑했군요.”
“그게, 아니지요. 어렸을 때부터 막무가내였어요. 뱀 같은 화술로 사람들을 홀리고 제 편으로 만들고는 했죠.”
“뱀 같은 화술을 가졌다니. 어렸을 때부터 떡잎이 달랐군요.”
현명하고 어린 헤레이스를 봤을 그가 부러웠다. 입술을 꾹 다물자 위슬러가 나를 빤히 보다가 묘한 호흡을 뱉었다.
갑작스러운 침묵이 더해졌다.
……왜지? 심장마비 전조증상이라도 찾아온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