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대제국 알콘트의 뒷세계를 꽉 잡고 있는 하르빌타 백작 가문. 그곳엔 그 어떤 재능도 없는, 평범하디평범한 둘째 공자 ‘엔트 하르빌타’가 있다.
그래, 그랬었다.
어느 날 ‘신’의 뜻에 따라 돌연 현대의 한 아이와 혼이 바뀐 엔트는 온 세상이 자신을 배척하는 상황에서도 버티고 버텨 드디어 스무 살을 맞이한다. 그런 중 불현듯 잊고 살던 제 가문의 이름이 적힌 책을 하나 발견하게 되고, 마치 예언서처럼 제국과 가문의 미래가 기술된 책을 넘기던 중 또다시 ‘신’의 뜻에 따라 본래의 세상, 본래의 몸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내가… 왜 악마 같은 돼지 공자인데?”
10여 년의 세월이 지나 찾은 제 평판은, 어린놈이 노예나 사 모으는 멍청한 귀족 공자가 되어 있었다!
과연 엔트는 주변인과의 관계도 회복하고, 의미심장한 미래를 틀며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 * *
“가면 갈수록 마르는 것 같구나.”
“아버지의 말씀이 맞다. 식사를 잘 챙기고 있는 것은 맞느냐?”
“아, 네…….”
엔트는 머쓱한 얼굴로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이것 참 느낌이 이상했다.
‘……나, 별로 죽임당할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닌데?’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대화였다. 마치 진짜 가족을 걱정하는 듯한 말들에 엔트는 제 기억 속 가족들의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너 같은 것은 저택 밖으로 나갔다간 단칼에 죽임을 당할 것이다. 정원에서나 놀거라!’
한 번은 영지 내에 있는 도서관에 가고 싶다고 형님에게 얘기했다가 저런 대답을 들었다. 그때 그의 표정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어린 엔트는 ‘형님은 날 저택 밖으로 내놓기 부끄러운 거야!’ 하는 생각에 엉엉 울었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아버지가 저택 내에 도서관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나게 기뻐했었다. 실제로 형님은 아카데미의 도서관을 주로 이용하여 저택 내에 만들어진 도서관을 찾는 사람은 어린 엔트 하르빌타밖에 없었다.
‘……뭔가, 어쩌면 그렇게 죽을 만큼 미움받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엔트는 제 볼을 긁적였다. 어릴 때에는 몰랐던 사실이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