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본 작품은 동일한 작품명으로 15세이용가와 19세이용가로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른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니,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전학 온 첫날, 교실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무심히 창밖을 보고 있는 여자애한테 정신이 팔렸다.
‘빛?’
막연히 예감했다.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벼락같이 내리꽂힌 네 첫 모습을.
***
받아 본 적 없는 애정이 낯설어 해준을 밀어내는 것도 잠시, 해원은 결국 그에게 속절없이 빠져버리고 만다.
“공주는 이런 거 하는 거 아니야.”
“또 그런다. 공……주, 그런 거 아니라니까.”
낯 뜨거운 호칭이었지만 사실은 좋았다. 진짜 왕자님 같은 정해준이 공주님처럼 대접해 주니까, 나도 진짜 공주가 된 것 같아서.
하지만 아무리 검정을 하양이라 불러도 검정이 하양이 될 수 없듯, 아무리 나를 공주님이라 불러도 나는 공주가 될 수 없었다.
“우리 헤어지자.”
해준아, 나도 이제 주제를 알아.
진창에 처박힌 공주를 구해 헌신하는 왕자는 동화 속에서나 존재한다는 것을.
아니, 애초에 공주는 진창에 처박힐 일도 없다는 것을.
***
“이해원, 어떤 양아치 자식 애 배고 팽당했다더라. 혼자 애 키우면서 산대.”
그렇게 나 버리고 가더니 꼴좋다고 대차게 비웃어 줘야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아주 진창으로 처박아 버려야지.
이것이 말없이 사라진 그녀에게 내리는 그의 벌이었다.
“애 아프다며. 병원비 부족해? 더 필요하면 말하고.”
아아, 해준아. 우린 정말로 달라졌구나.
“나한테 관심 없다면서 이건 잘만 하네. 도도한 공주님께서 어쩌다 내 앞에 무릎이나 꿇는 신세가 되셨나.”
억장이 무너진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았다.
가슴이 저미는 게 어떤 느낌인지, 너무 슬프면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싶어도 신음 한줄기 흘릴 수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너를 잃어서 알게 된 게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