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사령관님, 저희는 하룻밤만 보낸 사이 아니었나요?"
매일같이 굴려지던 대학원생 강바울.
어느날 눈을 떠보니 소설 속 엑스트라 하녀, '앤'이 되어 있었다.
주인공들은 전혀 보이지 않고, 전쟁만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앤은 전생의 기억을 살려 군의관으로 입대하게 된다.
열심히 군복무 중인데 자꾸 잘생긴 사령관님이 앤의 눈에 띈다.
마주칠 때마다 오래된 연인을 보듯 일렁이는 벽안에
앤의 몸과 마음이 속절없이 흔들리는데...
* * *
"날 먼저 유혹했던 건 당신이었습니다."
"......"
"난 당신도 꽤 좋아했다고 생각했는데."
그와 벽 사이에 갇힌 채로, 앤은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입술에 남아있는 달큰한 온기가 지나치게 자극적이었기에.
"앤 바네사 양, 부디."
심해처럼 짙어진 눈을 마주하자
열락의 밤을 기억하는 몸이 저절로 달아올랐다.
살며시 고개를 끄덕인 앤의 허락에
에반은 작은 입술을 짐승처럼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