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나는 여섯 살 홍연수. 오라버니는 누구예요?”
동그란 얼굴에 새까만 머리숱, 장난기 가득한 눈웃음, 미워할 수 없는 목소리, 부채춤을 추듯 가볍던 몸놀림.
발칙하고 원망스러운 봄바람을 뒤로한 채, 그 순간의 모든 것이 강의 두 눈에 그림처럼 새겨진다.
아홉 살 강은 예감했다.
너는 나의 정인이 될 것이다.
너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유일한 나의 연인이 될 것이다.
* * *
“도적놈 아니라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새파랗게 어린 소년의 말간 눈.
그 눈은 내 어린 시절의 연수를 떠올리게 했다.
그럴 리 없다고 애써 떨쳐내는 서강에게 자꾸만 나타나서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소년, 무연.
“너, 계집이지 않느냐.”
무연의 정체를 가장 먼저 눈치챈 건 서강의 벗 백준오였으며.
“나리가 찾으시는 그 소녀가 바로 이년이옵니다.”
어린 시절 손가락을 걸고 혼인을 약조한 강의 첫 정인이 죽지 않고 이렇게 살아있다고 속삭인 이는 애화각 기녀 미송이었다.
* * *
“엄청 뜨겁구나, 너.”
연수의 귀 가장자리는 불에 덴 듯 뜨거웠다.
강은 그 부위를 슬쩍 깨물었다.
“단 것에 열을 가하면 더 달아지지.”
그러고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나직하게 말을 건넸다.
“본래도 단 내를 풍기는 연수 네가 이렇게 뜨거워졌으니 얼마나 달콤할지.”
아무에게도 빼앗기지 않아.
어여쁘고 소중한 네가 내 것이 되었다고 사람들에게 떠들고 싶어.
자랑하고 싶어.
연수야. 사랑하는 내 연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