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크게 하자 없는 사람입니다. 결혼해도 한서은 씨 손해는 아닐 겁니다.”
해승 일가의 구박덩어리 한서은.
할머니의 말을 빌리자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밥만 축내는 식충이.
“좋아요. 결혼해요.”
모두가 자신을 두고 쓸모없다고 하지만,
제가 필요하다고 말해 주는 유일한 남자, 윤태하.
서은은 그와의 결혼을 결심하고
좋은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작은 바람을 가졌다.
***
“내 아내 노릇 하는 게 재밌습니까, 한서은 씨?”
태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지금 화내는 거예요?”
서은은 태하가 뿜어내는 사나운 기운에 몸이 떨렸다.
그의 사나운 기세가 무섭기도 했고,
혜윤의 편을 드는 그에게 서운하기도 했다.
“화낼 가치도 없는 것 같은데.”
“무슨 뜻이에요?”
“내 욕구나 해결하면 그만일 여자한테 화를 낼 에너지를 쓰는 것도 낭비란 뜻이야.”
명확한 감정으로 시작한 결혼이었다.
하지만 점점 여자를 향한 감정이 불분명해진다.
“왜 그런 식으로 말해요? 전 태하 씨 아내예요. 왜 아내를 그런 여자로…….”
태하가 빠져나가려는 서은을 풀어주며 그녀의 양쪽 어깨를 꽉 잡았다.
고개를 숙여 서은과 눈을 맞추며 태하가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넌 고작 그 정도의 여자야. 그러니까 한서은, 선 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