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답 없는 막장 피폐물 속 시한부 악녀, 시에라로 환생했다.
병약한 몸 요양하기도 바쁘기에 조용히 살면서 건강만 되찾으려 했는데….
“저기, 괜찮아요?”
“누구입니까, 당신은….”
비가 많이 내리던 그날 밤.
나는 악룡의 핏줄을 타고나 평생 폭주의 고통을 겪는 흑막 남주가 위험에 처한 걸 발견했다. 도무지 모르는 척할 수 없어 눈 딱 감고 도와줬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가 어느 날 대뜸 하는 말이.
“각인되었습니다.”
“네?”
“이 심장이, 당신에게 각인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커다란 손이 내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께에 가져다 대었다. 심장은 제 주인을 찾은 듯이 거세게 박동하고 있었다.
흑막 남주가 위험한 눈빛으로 날 잡아먹을 듯이 바라봤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
“날 이렇게 각인시켜놓고.”
아니, 각인은 너 혼자 했잖아요.
“버리겠다는 겁니까. 길가의 쓰레기처럼.”
누굴 천하의 무뢰배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저 축 처진 눈꼬리는 뭐란 말인가?
“잠깐만, 누가 버리겠대요?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짐승은 굶주리면 본능밖에 안 남습니다.”
“……?”
“슬슬 한계라는 뜻입니다. 날 길들였으면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죠.”
그가 절대 놓지 말라는 듯 제 목줄을 내게 쥐여주었다. 은은하게 돌아버린 눈을 하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