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제국의 다정한 개새끼와 결혼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제국에서 데뷔탕트를 치른 귀족 영애라면 모두 이 남자, 칼릭스 드 로젠탈과의 로맨스를 꿈꿀 것이다.
황위 계승권 2위, 얼굴, 돈, 명예, 몸, 모든 게 완벽한 남자는 딱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당신이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할 수 없다는 것.
“…로 인해 칼릭스 드 로젠탈 대공은 슐트 백작가의 이베타 슐트와 혼인하도록 명한다.”
그러나 누구든 그것이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결혼 상대로 이베타 슐트가 지목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베타 슐트가 누구지?”
“…저입니다, 대공 전하.”
이베타 슐트.
그녀는 화려한 꽃들의 왕, 칼릭스 대공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은 평범하고 수수한 여자였다.
어리고 병약한 황제를 대신해 수렴청정하는 태후의 개일지 모른다는 의혹을 제외한다면.
*
“당신 눈에는 모든 게 미련해 보이겠죠. 당신한테는 전부 쓸모없는 일처럼 치부될 테니까.”
“이베타.”
“사랑해요.”
결국, 튀어나오고만 부산스러운 사랑 고백은 두 사람 사이에 적막을 실어다 주었다. 살짝 열린 창문 새로 들어와 뺨에 살포시 내려앉던 초겨울의 찬 공기도 시간이 멈춘 듯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칼릭스라는 남자가 주는 긴장감이 너무 큰 탓일까. 아니면 감정 따위 뒤섞여서는 안 되는 결혼에 제가 심지를 불붙이기 시작한 탓일까. 이베타는 얕은 숨조차 내뱉지 못한 채로 여태껏 남편의 커다란 손에 붙들린 자신의 팔목을 바라봤다.
“…….”
“당신을 사랑해요. 겨우 사랑한다는 표현으로는 충족되지 않을 만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