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어느 날부터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 노예, 젠.
전생의 기억을 떠올릴수록 현재의 삶이 불행하게만 느껴져 탈출을 감행하고,
운 좋게도 신분을 들키지 않은 채 카나한 공작가의 하녀로 살게 된다.
“사실 네가 그 아이를 매일 들여다봐 줬으면 해.”
“공……자님을 말씀이세요?”
“그냥 어떻게 지내는지, 상태가 어떤지 보고 그 애가 덮는 이불만 갈아 주렴.”
공성에서의 임무는 단 한 가지.
불치병에 걸린 소공자 트로이 카나한을 돌보는 것.
“으……으윽! 흐…….”
“……아.”
그러나 젠은 트로이를 본 순간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깨달았다.
이곳은 전생에 제가 썼던 소설 속이며, 트로이는 단순히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불행한 삶이 설계된 남자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젠은 자신이 망친 트로이의 인생이 안타까웠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저 그 불행을 덜어 주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 * *
“그러지 마……. 제발, 제발 내려와.”
“제게 신경 쓰지 마세요.”
“네가 나를 살렸잖아……. 내게도 기회를 줘. 젠, 제발!”
이제 날 알아주는 네가 덧없게도, 나는 내 속죄가 끝이 나기만 바랐다.
“그럼 내기할까요? 내가 여기서 떨어지면 죽을지, 죽지 않을지.”
우리의 관계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