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나와 연애합시다. 결혼을 전제로.”
지수는 빙글거리며 웃는 도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사흘 전에는 선을 보자더니, 오늘은 결혼을 하잔다.
어느 쪽이든 그 끝은 결혼이고.
“친딸의 상대로 고른 남자가 천덕꾸러기 입양아와 결혼한다고 하면 양부모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지 않아요?”
그의 말대로 자신이 입양아란 건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러나 양부모에게 지금껏 학대받았단 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이 정도면 괜찮은 복수 아닌가?”
“겨우 그런 걸 복수라고요?”
순간 인형 같던 지수의 얼굴에 지독한 분노가 서렸다.
감정 없는 얼굴 뒤에 숨겨놓았던 깊은 원한과 복수심이었다.
그들에게 되갚아야 할 또 다른 무언가가 지수의 무표정을 찢고 흘러나왔다.
“그럼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걸 말해. 내가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나한테 붙잡힌 거잖아.”
내내 장난스러웠던 표정이 한순간에 진지해졌다.
어찌 보면 화난 것 같기도 한 이 얼굴이 진짜 류도하의 얼굴이리라.
잘 벼려진 칼날 같은 표정에 입안이 바짝 말랐다.
그와 손을 잡은 게 정말 잘한 일일까.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에 발을 담갔단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