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소녀는 석고상처럼 굳어 슬픈 눈동자로 자신을 보다 애써 시선을 피하는 남자를 보았다. 바지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슬픔을 이기려고 냇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자신에게서 묶였던 시선을 돌리는 그의 발밑으로 시선을 주었다. 검정색 구두가 반질거리며 흙조차 묻지 않은 듯 깔끔해보였다. 소녀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기다 남자와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콩닥거려 걸음을 떼기 힘겨웠다.
‘이상해. 이젠 병이 다 나았는데 심장이 마구 뛰어.’
소녀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누르려 두 손으로 X자를 만들어 가리고 잰 걸음으로 발을 떼었다. 그래도 여전히 심장이 콩닥거려 병이 난 듯 역하게 뛰었다.
‘왜 이러지.’
소녀는 자신의 심장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아 겁이나 급기야 뛰었다. 긴 구름다리를 뛰어 남자의 곁을 지나칠 때는 숨을 참으며 스쳤다. 달리다 남자를 지나치자 콩닥거리던 심장이 조금씩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그제야 소녀는 남자를 힐끗 돌아보았지만 여전히 남자는 구름다리 초입에 서있었다. 남자의 뒷모습조차도 슬프게 보이는 것은 왜일지 모르겠다. 소녀는 마음이 가라앉자 다시 부모님이 계신 전각으로 바삐 뛰었다. 조금 멀리 전각을 오르는 계단이 보여 급한 마음에 달렸다.
“어어!”
소녀는 하마터면 직각으로 생긴 계단의 모서리에 이마를 찧을 뻔했는데 다리가 먼저 삐끗하는 바람에 이마를 찧지는 않았다.
“아야!”
소녀는 무릎을 찧어 아픔이 있었지만 굽혀진 무릎을 세우며 일어섰다. 일어서려 힘을 주는데 방금 깨진 무릎이 아파 절뚝거렸다.
“괜찮아?”
“어?”
소녀는 무릎이 아파 절뚝대며 일어서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허리를 강하게 잡아 일으켜주어 뒤돌아보았다. 자신의 허리를 잡아준 사람은 구름다리 초입에 서있던 남자였다. 남자는 어느새 뒤쫓아 자신을 부축해주고 있었다. 순간 자신의 잘록한 허리를 잡아준 남자를 보자 다시 심장이 역하게 콩닥거려 숨을 참았다.
‘후읍.’
소녀는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심장을 뛰게 만든 남자의 손에 허리가 감겨 있었다. 어찌나 심장이 콩닥거리는지 모르겠다. 소녀는 당황스러움에 숨 참는 것을 남자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괜히 차갑게 굴며 쏘듯이 내뱉었다.
“허리 놓아주세요. 괜찮아요.”
“?”
남자는 어린아이가 넘어져 많이 다친 것 같아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런데 꼬마는 자신에게 벌처럼 톡 쏘며 새침하게 굴었다. 꼬마의 불손한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친절을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꼬마를 자세히 보니 매우 당돌하게 생겼다. 그는 꼬마의 말대로 자신이 붙잡고 있는 허리를 얼른 놓아주었다. 그러다 소녀의 얼굴을 보고 그만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미안. 불쾌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