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차게 쏘아내던 말소리가 일순간 뚝 끊어졌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쏟아지는 정오의 빛살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사내의 등장. 밤하늘을 옮겨 놓은 듯 칠흑 같은 흑안, 그 아래 자연스레 이어지는 콧날, 다부진 입술, 베일 듯 날카로운 턱선.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건 자연스레 풍기는 압도적인 기운.
그 순간, 수련은 대단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심 봤다!”
수련과 휘는 타고난 연(緣)이라 하였다. 세간의 사람들은 보통 이를 운명이라고 말한다. 분명 우리는 인연이라 했으나 이쯤이면 악연은 아닐까? 우리의 연(緣)이 인연이든 악연이든, 나는 결코 너를 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