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시원스럽게 뻗은 청명한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맑은 하늘이 드넓게 펼쳐진 세상은 온통 푸르렀다.
작은 어선 위 네댓 명의 해녀가 각자 해녀복을 매만지고 물안경을 머리에 얹으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서울서 손님이 온다 안 캤나.”
서울에서 온 손님이라….
이 외딴섬에 도시 사람이 내려와 하숙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어떤 사람일까? 뭐 하는 사람일까? 왜 이곳에 내려오는 것일까?
선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으로 머릿속이 바빠졌다.
일 년 365일이 똑같이 반복되는 단조로운 섬 생활에서 이런 작은 변화는 그녀를 흥분시켰다.
“서울 손님?”
태검은 코를 막은 채 가느다란 눈매를 치켜떴다.
이제껏 수많은 여자들을 보아 왔고, 또 셀 수 없이 많은 여자들에게 대시를 받아 봤지만 이런 여자는 처음이었다. 제 앞으로 어떤 부끄러움 없이 성큼 다가와 활짝 웃어 보이는 이런 해맑은 여자는.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고 해맑기만 한 그녀를 뒤쫓아 성큼성큼 걸어간 태검은 그녀 옆에서 함께 발을 맞췄다.
그녀가 옆에 다가온 그를 향해 생긋 웃었다.
언제 봤다고 그렇게 웃어. 태검은 저도 모르게 눈가를 찡그렸다.
* * *
“안… 돼요!”
태검은 왜 그러냐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작가님.”
그녀의 목소리가 젖은 채 울렸다. 태검이 짙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말하라는 듯 그가 턱을 까딱이자 그녀의 입술에서 믿을 수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음만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