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이번 생은 부디 네 소원을 이루길 바라.”
수상한 사람에게서 더 수상한 책을 받았다.
여자 주인공에게 버림받은 후, 광증에 사로잡힌 황태자가 제국을 멸망시키는 결말이라니.
현실을 기반한 허무맹랑한 삼류 소설.
딱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세계의 파멸을 막아달라는 신의 안배일까,
너는 곧 죽을 테니 발악을 해보라는 악마의 농간일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책의 내용대로 현실이 흘러간다.
책의 내용이 현실이라면 제국은 곧, 파멸한다.
그렇게 지극히 평범하고, 평범함을 바라던 클라리체는 결말을 바꾸기 위해 특별한 한 발을 내디딘다.
“아아. 너구나. 거슬리는 쥐새끼가?”
섬뜩한 붉은 눈이 클라리체를 옭아맸다.
“하찮은 쥐새끼에게 내 목줄을 좀 맡겨볼까 하는데. 어때? 감당할 수 있겠어?”
사르르 이는 바람에 그의 결 좋은 머리칼이 흐드러졌다.
잔혹하고 무서운 말소리가 아니었다면, 클라리체는 냉큼 그의 손을 맞잡았을지도 몰랐다.
“사, 살려주세요!”
그러나 지금 클라리체가 해야만 하는 일은, 몇 번째인지 모르는 애원을 되새기는 것뿐이었다.
아무래도 세상의 멸망을 막으려다, 내가 먼저 망하게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