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사랑하는 그를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인내할 수 있었다. 그 일을 알기 전까진.
***
“깨어난 거 알아. 이은강. 이제 일어나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얘기 좀 해 볼까?”
태오의 목소리에 감긴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이윽고 숱 많은 속눈썹이 슬며시 들어 올려지며 밝은 다갈색의 눈동자가 오롯이 그를 바라보았다.
“……역시 당신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숨길 수가 없구나. 그래. 난 이렇게 숨길 수가 없는데, 당신은 어떻게 그 많은 것들을 내게 감쪽같이 숨길 수 있었던 거야?”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아빠 회사 부도난 거, 그거 당신 짓이었어? 어떻게 우리 집을, 우리 아빠를…… 그렇게 만들어 놓고 지금까지 나랑 살을 맞대고 살 수 있었던 건데?”
“……!”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할 만큼 미미한 변화였지만 은강에게는 쉽게 읽혔다.
찰나의 순간 태오의 눈빛이 동요하듯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