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퍼와 가이드가 존재하는 피폐 BL 소설에 빙의했다. 나는 에스퍼 황제의 억제제를 만드는 쩌리 엑스트라란다. 그것도 제대로 된 약을 만들지 못하면 황제의 손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태로운 처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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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쩌다 보니 황제가 날 신임한다? “저기 폐하, 가이드 찾으실 생각은 없나요?” 주인공들 원작 길만 걸으라고 깔끔하게 퇴장해 주기로 했다. 그런데……. “그대가 있는데, 왜 그래야 하죠?” “설마 평생 약으로 폭주를 억제하시겠다는 생각은 아니죠?” 왜…… 왜 가이드를 안 들이는 건데? 주인공도 나타났는데, 왜 아직도 원점인 거냐고! “난 지금이 만족스러워요.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럴 리가.” 밤마다 그렇게 수를 붙들고 (삐-) 하고 (삐삐-) 하던 사람이? 어디서 내숭이야? 큰일이다. 내가 유능하다는 소문이 황궁을 넘어 제국 전체에 퍼져 버렸다? 나 사직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