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강제로 아이를 구하려다가 차에 치어서 죽은 줄 알았는데 눈을 떠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읽었던 책 속에 들어와 있었다.
그것도 어릴 때는 부모님에게 얹혀살게 된 흑막을 부모님 몰래 학대하다가 흑막에게 쓱싹 목이 잘리는 역할로!
기껏 새 삶을 얻었다고 좋아했더니 이럴 줄은 몰랐다.
지금 살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였다.
아직 흑막이 어리니 잘 구슬리기만 한다면 끔살 루트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최대한 친절하게 대해줬다.
내가 더 어리기는 했지만 잘 입혀주고 먹여주고 돌봐줬다.
처음에는 경계하는 것 같더니 나중에는 내 말을 잘 듣기에 드디어 끔살 루트는 피했나 싶었다.
그런데…… 내가 의도했던 것보다 흑막을 더 잘 길들여버린 것 같다.
***
“리오체타 영애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어?”
“……있어야 하는 거야?”
시온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낮아졌다.
주변의 온도도 낮아진 느낌이 들었다.
“말해봐, 리리.”
“…….”
“내가 리오체타 영애에게 감정이 있어야 해?”
나는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달싹였다.
“아니, 그건 아닌데…….”
“리리, 내가 다른 여자한테 감정을 가질 리가 없잖아.”
시온이 싱긋 웃더니 내 손을 잡아 올려 손등에 입을 맞췄다.
“리리, 난 너뿐이야.”
“…….”
“네가 시키는 건 뭐든 할 테니까 미워하지 마.”
“……시온.”
내가 가만히 이름을 부르자 그가 나와 눈을 맞추었다.
“다른 여자를 사랑하라는 것 빼고.”
나를 바라보는 시온의 눈동자에는 소유욕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