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카웰 남작가의 구박데기 아가씨, 아리아나.
아버지의 관심에서 밀려나 주눅 든 채 살아가던 그녀가
새어머니를 위한 선물을 자신에게 달라 고집을 부린 건 다분히 감정적인 발언이었다.
“저것을 제게 주세요. 대신 어머니께서 가지고 싶어 하시던 에메랄드 귀걸이를 드릴게요.”
어머니의 유품을 새어머니에게 넘기는 대신 받아 온 털 뭉치는 작고 보잘것없었다.
또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로 사로잡혔다는 그것은,
위험하다기보단 그저 불쌍한 존재였다.
“이제부터 네 이름은 레무스야. 앞으로 잘 부탁해, 레무스.”
그렇게 의지할 곳 하나 없었던 아리아나는 그것에게 이름을 지어 주고,
외톨이인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기 시작하는데…….
* * *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온 남자의 보랏빛 눈이 둥글게 휘었다.
“해 보라니까, 명령 말이야. 앉아, 기다려. 먹어. 많이 했었잖아? 응?”
해 봐.
구슬리는 것 같기도 하고, 협박 같기도 한 악마의 속삭임이 이어졌다.
“이것 봐.”
사내에게 사로잡힌 그녀의 손이 속절없이 그의 가슴으로 끌려갔다.
쿵, 쿵. 남자의 빠른 맥박이 손에 잡힐 것처럼 크게 느껴졌다.
“길들였으면.”
나른한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길들였으면 책임을 져야지, 응? 주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