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늘 잘난 언니와 비교당하며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던 현수는
별채에 더부살이하게 될 찬모와 아들들을 보게 된다.
그 이튿날, 첫째 아들 윤국을 자신과 같은 학교, 같은 반, 짝꿍으로 만나게 되는데.
자꾸만 그가 신경이 쓰인다.
“저기, 오늘 일 집에서는 절대…….”
“말할 일이 뭐가 있어.”
무심한 듯하지만, 배려해 주는 국에게 점차 마음을 주게 되고.
국은 현수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그때까지도 서로 곁에 아무도 없다면 그땐 진지하게 만나자, 우리.”
현수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 한 그날 밤,
저택에 거대한 불길이 일었다.
아가리를 쩍 벌리고 치솟은 불길은 모든 걸 삼켰다.
집도 정원도 심지어 사람까지도.
***
약속했던 후원자 대신에 앉아 있는 상대는
믿을 수 없게도 그 ‘윤국’이었다.
“웬 늙다리 노인네가 아니라 내가 나와서 실망한 눈치네.”
“왜…… 왜 다른 사람 신분까지 써 가면서 우릴 후원했어?”
자그마치 10년이었다.
그동안 몰래 제 삶을 뒤덮어 온 그의 그림자가 달가울 리 없었다.
“널 왜 후원했느냐고?”
“…….”
“별다른 이유는 없어.”
언제 날을 세웠냐는 듯 그가 부드럽게 입매를 휘었다.
하지만 이어진 한마디는 끝내 현수를 구렁으로 내몰았다.
“널 망가뜨리는 건 나여야지, 그깟 가난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