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은 용사에게 열두 번의 죽음을 맞이했다. 성검에 심장을 찔린 뒤, 되살아나면 다시 용사가 태어나는 그날이었다. 되돌리고 되돌려도 반드시 찾아오는 죽음, 필연처럼 나타나는 숙적. 그를 사랑했다. ‘너는 영원히 나를 죽일 운명이야, 내 사랑.’
그런데.
“사랑해요, 프로메테아.” 갑자기 왜 이러니. 미쳤어? 용사를 눈에 담느라 쳐다보지도 않았던 그가, 갑자기 그녀에게 집착한다. “살아 주세요. 내가 원하는 건 그것뿐이야.” 그는 핏물이 배는 마왕의 손가락에 입을 맞추었다. 세상 모두가 그녀에게 죽으라고 등을 떠밀었지만, 오로지 그만은 살아 달라고 애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