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잘해 주지 마, 나한테.”
“….”
“버릴 거면 끝까지 버려.”
사랑은 언젠가는 사라질 뇌 속의 화학 작용이라는데,
그게 정말 맞다면
서윤조에 대한 여혜준의 짝사랑은 도무지 설명이 불가하다.
7년째, 한 사람만을, 영원히 질리지 않을 듯이 바라는 마음이란.
물건의 기억을 읽는 사이코메트리.
누구에게도 없는 능력으로, 도리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비참하게 살아 온 그녀를 구원한 그였다.
혜준에겐 그저 당연했다. 윤조를 사랑하는 일은.
“네가 예뻐서. 너무 예뻐서 그래.”
또한, 그로서도 당연했다.
“지금 당장 너랑 하고 싶어서 죽을 거 같아.”
초능력과 기구한 운명,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타고난 여자를
마음대로 휘젓다 끝내 욕망하게 되는 마음이란.
-책 속으로
“너, 내가 데려갈 거야.”
“진짜요?”
“너만 원한다면.”
원하고 말고가 어디 있겠는가. 당연히 따라가야지.
신난 혜준이 무조건 데려가 달라고 말하려던 찰나, 윤조가 먼저 선수를 쳤다.
“그런데, 내가 생각보다 위험한 사람이라서.”
“그래서요?”
“나를 따라가면, 앞으로 자유롭게 여기저기 다니지 못하게 될 거야. 최악의 경우에는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고.”
“그건 괜찮아요. 맨날 방 안에만 갇혀 있었는걸. 때리지만 말아 주세요. 저, 잘할 테니까….”
때리지만 말아 달라고 말하는 혜준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아저씨는 강기천보다는 좋은 사람이니까. 그러니 이 정도 부탁은 들어주실 수 있을 거야.
“내가 너를 왜, 하아….”
윤조가 뭔가를 말하려다 말고 인상을 찡그렸다. 대체 사창가에서 어떤 삶을 살았길래 고작 한다는 부탁이 저런 수준이란 말인가.
“앞으로 네가 무슨 짓을 하건, 내가 너한테 손을 올릴 일은 없을 거야. 가자.”
“네, 아저씨.”
잽싸게 그의 팔을 붙든 혜준의 얼굴에 그제야 싱글벙글한 웃음이 번졌다. 그렇게 두 사람은 천천히 햇살 가득한 병원 로비를 빠져나왔다.
윤조와의 첫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어둡고 구질구질하던 여혜준의 인생에 처음으로 드리운 햇살, 찬란한 구원자, 평생의 은인. 처음 본 순간부터 그의 존재는 혜준에게 지독하게 각인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