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이가 산다하여 아무도 오지 않는 용소(龍沼). 마을 사람들은 꺼림직하다 피하는 곳이지만 이주에게는 그 어느 곳보다 편안함을 주는 장소였다.
“차라리 강철이 색시가 되는 게 낫지.”
가족의 모진 냉대에 지쳐 평소처럼 용소에서 한마디 했을 뿐인데. 그 순간 이주의 눈앞에 용소의 빛을 그대로 빼닮은, 위험한 분위기를 지닌 남자가 나타났다.
“그럼 진짜 색시가 될래?”
***
“누, 누구세요?” 이주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장신의 사내는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입술이 연지를 바른 것처럼 붉었다. 사내의 용모는 이 세상 사람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궁금해? 내가 누군지?” 사내가 고개를 모로 기울이며 웃었다. ‘어떡해, 미친놈인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