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내게 애인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안 물어?”
그가 날카롭게 나를 응시했다.
“있어?”
“…아니.”
몇 초 버티지도 못하고 금세 실토했다.
누군가를 진지하게 사귀어 본 적도 없다고 한다면 그는 뭐라고 할까?
재미있어할까?
애처로워할까?
조롱받기도 싫고, 동정받기도 싫어서 도리어 조금 공격적으로 나갔는지 모른다.
“넌? 너도 자유로워? 하긴… 무슨 상관이야.”
“상관없어?”
그가 입가에 미소를 띠고 능청스럽게 물었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동자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나는 왠지 모를 서글픔에 목이 콱 메는 걸 느꼈다.
불현듯 취기가 오르면서 이게 다 뭔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
절로 탄식이 나왔다.
내 얼굴이 처량해 보였는지 그가 손을 뻗어 와 다정히 뺨을 쓰다듬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마.”
“어떤 표정?”
“울 것 같은 표정.”
그가 내게 키스했다.
달래듯 부드럽게 혀로 입술을 축이며 살며시 빨아들이는 키스.
나는 눈을 감은 채 그 조심스러운 움직임에 사로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