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부모님의 재혼으로 생긴 오빠의 집착을 피해 달아난 결혼이었다.
이서한은 완벽한 도피처였다.
그녀가 그를 사랑하기 전까지는.
서강 그룹 해외 사업부 상무 이서한.
그는 유담에게 있어 하늘 위에 뜬 구름처럼 드높고 고고한 상사였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고 믿은 대가일까.
뜻하지 않은 임신에 마주하게 된 남자의 본심.
“실수로 아이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우리 결혼은 계약이라는 걸 잊었나.”
그는 아이를 원치 않았다.
“누구세요?”
- 서한아.
문득 받게 된 전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가 누구의 신음인지 알게 된 유담의 사지가 떨렸다.
- 기분 좋아?
- 최인서. 넌 좋아?
악의를 가진 손에 할퀴어진 심장이 추락했다.
그의 목소리였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 사이에서 핸드폰이 미끄러지듯이 떨어졌다.
바닥에 부딪혀 뒤집힌 핸드폰을 멍하니 쳐다보던 유담은 갑작스러운 배 뭉침에 아랫배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
축축하게 젖어 드는 아래가 느껴졌다.
허벅지 사이를 타고 흘러내리는 가는 핏줄기를 본 유담의 안색이 허옇게 질렸다.
‘안 돼, 아가야……!’
떠나지 마. 내가 잘못했어. 너마저 날 떠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