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어린 시절, 사계절의 아스라한 추억을 함께했던 친구, 유수혁.
현실에 허덕이는 저와는 달리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가 된 친구에게, 은환은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이 기도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론 내 옆에 있어라, 차은환.”
“뭐?”
“더는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내 옆에 딱 붙어 있으라고.”
이번엔 제대로 알아들은 은환은 얼떨떨하여 수혁을 보았다. 그가 너무도 진지한 표정으로 자칫 고백이라고 착각할 만한 말을 했기 때문이다.
“곁에 있어줘. 네가 가까이 있어야 내 맘이 편해질 것 같아.”
“그러니까 왜? 대체 왜 그래야 하는데?”
수혁의 말을 듣고 곤혹스러웠던 은환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에게도 뒤통수를 맞았던 그녀다.
그런데 5년 만에 불쑥 나타난 친구가, 평범한 회사원도 아닌 배우라는 녀석이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달콤한 대사를 눈앞에서 하고 있다.
그러니까 절대로 믿어선 안 된다.
심장이 두근두근 반응하며 흔들려서도 안 된다.
속으로 다짐하는데도 은환의 속눈썹은 어느새 파르르 떨렸다.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달콤하고 솔깃한 말들.
다른 사람이 아닌 수혁이 내뱉은 말들이, 바로 앞에서 흔들림 없이 바라보는 눈빛이.
은환의 가슴에 자꾸만 파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