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당신이 제 구애를 받아들였으니까 우린 아무나가 아니잖아요. 난 당신과 결혼해서 사랑을 나눌 준비가 됐어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구애라니? 결혼이라고?”
“4년 전에 당신이 제 구애를 받아들였잖아요.”
“내가? ……설마 그때 주었던 장난감 보석과 카드에 적힌 청혼을 말하는 건가?”
콩고 밀림에서 유인원 보노보와 함께 자라게 된 야생아 리나.
9살 때 리처드 박사에게 발견되어 미국 플로리다에서 자라게 되는데,
우연히 리처드 박사의 조카인 윌리엄 발렌타인의 사진을 보고 반한 리나는 그와 결혼할 것을 선언한다.
매년 윌리엄에게 안부의 카드를 보낸 리나는 마침내 윌리엄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 보석을 주면서 구애한다.
윌리엄 또한 아름다운 리나를 보고 설레지만 어린 소녀를 상대로 설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4년 뒤,
리처드 박사가 암으로 죽으면서 유언장을 남기는데,
모든 재산을 윌리엄에게 상속하는 대신 리나의 후견인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마침내 리나는 윌리엄과 재회하게 되고, 4년 전 윌리엄이 자신의 청혼을 받아들였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하지만 윌리엄에겐 정혼자가 있었는데…….
[본문 내용 중에서]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구애라니? 결혼이라고?”
그녀가 고개를 끄떡였다.
“4년 전에 당신이 제 구애를 받아들였잖아요.”
“내가?”
리나는 다시 고개를 끄떡였다.
‘4년 전에 내가 무슨 짓을 했던가!’
난감한 표정의 윌리엄은 4년 전의 일을 되짚어 보았다.
“난 당신을 아주 잠깐 보았을 뿐인데…….”
말을 하다 만 그는 리나가 줬던 청혼 카드를 떠올렸다.
“설마 그때 주었던 장난감 보석과 카드에 적힌 청혼을 말하는 건가?”
윌리엄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이는 리나를 보곤 입가를 굳혔다.
“지금 그걸 구애라고 생각하는 거야? 진심으로?”
“네.”
“그래서 나보고 당신과 결혼을 해야 한다고?”
“네.”
“그건 말도 안 되지. 그걸 누가 진짜라고 생각하겠어. 리나, 여긴 당신이 어릴 때 살아왔던 동물의 왕국이 아니야.”
“알아요. 보노보는 과일을 주며 구애하지만 사람들은 보석을 주잖아요. 그래서 보석을 줬잖아요. 결혼해 달라는 카드와 함께요.”
“카드는 주니까 받은 거고, 설마 그 장난감 보석이 진짜라도 된다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말을 잘하면서 왜 어젠 대답을 못한 거지?”
“어젠,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그때 잠깐 만난 걸 청혼이라고 하면 어쩌자는 거야?”
“알아요. 그래서 저를 잊지 않도록 계속 카드를 보냈잖아요.”
그 카드들이 그런 의미였다니…… 윌리엄은 충격을 받았다.
하긴 언제나 카드의 서두는 ‘나의 윌리엄 발렌타인 님께’였으니까.
그 ‘나의’란 단어를 그저 과한 친근감의 표현이라 치부했는데 제대로 된 뜻이었던 것이다.
“하아…… 미안하지만 난 이미 결혼을 약속한 약혼녀가 있어.”
윌리엄이 다른 약혼녀가 있다고 하자 리나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내 청혼을 받아들였잖아요…….”
“난 그런 의미가 있었는지 모르고 받았던 거지, 만일 알았다면 바로 돌려줬을 거야. 오해가 있었다면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그런 약혼은 인정할 수 없어. 게다가 당신은 어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