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어느 날, 즐겨 읽던 소설의 여주인공 ‘데이지’로 빙의했다.
원인 모를 불치병을 앓아 예민하고 날 선 황태자와 그를 곁에서 보살펴 주던 하녀가 눈이 맞아 알콩달콩 뜨겁게 연애를 한다는 내용인데…….
문제가 있다면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되기 전, 조금 어린 모습으로 빙의했다는 거다.
그래도 기왕 빙의한 거 잘 살아 보기로 마음먹었다.
황궁 취직이야 뭐, 조금 일찍 하면 되는 거지!
“도련님, 악! 도련님!”
“꺼지라고!”
“제발 한 입만요, 이것도 안 드시면 세 끼를 내리 굶으시는 거예요!”
“안 먹어! 나가! 꺼져!”
그런데 취직해서 만난 남자주인공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폭언은 기본에 기물 파손은 특기, 얼굴조차 제대로 보여 주질 않는다.
“너랑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넌 그냥 내 말에 복종해야 하는 사용인이라고.”
……얘랑 ‘알콩달콩 뜨겁게’가 가능하긴 한 걸까?
‘데이지’ 얘 취향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
* * *
“데이지, 넌 날 떠나면 안 돼.”
“안 떠나요. 제가 어딜 가요, 도련님.”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다.
역경과 고난 끝에 드디어 황태자와 알콩달콩 비슷하게 지내나 싶더니만,
“이대로면 아마 올해를 넘기기 힘들 겁니다.”
갑자기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이곳은 마계, 당신들이 소위 말하는 ‘악마의 땅’입니다.”
게다가 이곳이 황궁이 아니라 마왕 성이라는데…….
잠깐만.
그럼 내가 지금껏 애지중지 보필한 도련님은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