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내가 원하는 건 뭐든 준다고요?”
“그래요.”
“당신 집에 남는 방 있어요?”
3선 국회의원이었던 아버지가 성 상납과 뇌물 수수로 구속되고 사망한 뒤
온실 속 화초처럼, 부잣집 공주님처럼 살아왔던 정은설의 삶은 끝이 났다.
계모로 인해 살고 있던 곳마저 잃고 모텔을 전전하며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녀는
아주 우연히 김도위와 재회하게 된다,
3년 전, 그녀와 선을 보았던 그 남자와.
그녀의 집안이 망하기 전, 행복한 날의 마지막 날을 함께 했던,
그러나 결국 아무 사이도 아니었던 그와.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있었던 그였지만,
막상 도위와 마주치니 더한 현실에의 자각에 그녀는 그를 피한다.
그러나 우연은 묘한 때 그 힘을 발휘해
뜻하지 않은 곳에서 또다시 그와 마주치게 되고,
자신을 돕고 싶다는 그에게 그녀는 자신에게 ‘방’을 빌려줄 수 있냐고 묻는데…….
과거에도, 현재에도 여전히 아무 사이도 아닌 두 사람의 동거가 그렇게 시작됐다.
[본문 내용 중에서]
“정은설 씨, 내가 두렵습니까?”
도위의 말에 그녀가 눈을 크게 뜨며 그를 보았다.
“뭐라고요?”
그녀가 어이없는 일을 당한 것처럼 웃었다.
“또 날 좋아하게 될까 봐 두려운 거 아닙니까?”
그의 말에 잠시 멍해졌지만 은설은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자만심은 여전하시네요. 당신 잘난 얼굴, 허우대 보고 좋아하던 철부지 바보 아가씨 이제 없다니까요.”
“그럼 뭘 그렇게 경계해요?”
도위가 빤히 그녀를 본다. 마치 너의 속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정말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뭐가 문제냐는 듯.
“내가 원하는 건 뭐든 준다고요?”
“그래요.”
그녀는 더는 그의 도발에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당신 집에 남는 방 있어요?”
그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아, 맞다. 부자 철부지 아가씨 물어서 결혼해야 하니까 저한테 방을 내주는 건 안 되시나요? 나 같은 여자와 동거하면 소문나니까.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