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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22.11.03 약 21.9만자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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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나는 인형이다.
9년 전, ‘악마’에게 납치돼 이 끔찍한 밀실에 감금된 이후부터 난 미쳤고, 죽었으며, 인형이 되었다.

 * * * * * * *

12월 14일 일요일.
보름 뒤면 새해가 시작된다. 납치당하고 10년째가 되는 해로, 감금의 역사가 두 자리 수로 넘어가게 되는 것.
참을 길 없는 절망이 솟구쳐서 어깨를 떨었다. 희망은 오래전에 꺾였으며, 이제 남은 건 온전한 독기뿐.

악마가 음침한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넌 내 천사고, 공주며, 아기여야 해. 그래서 세상과 분리시켰지. 아직 남자의 손이 닿지 않았던 열일곱의 순결한 나이에.
온몸에서 소름이 오싹거렸다.
“그만!”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자 악마가 킬킬거리며 빈정거렸다.
―사랑이 광기라면, 미치는 것도 괜찮지.


불현듯 찾아온 구원.
필연이 만든, 우연한 운명.


딩―동―댕―동―.
지금 들리는 일정한 톤의 울림이 벨소리라는 걸 인지하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허둥지둥 현관으로 달려갔다. 늘 굳게 닫혀 있던 현관문을 열고 보자, 강화유리 뒤에 배달원 하나가 서 있었다. 의외의 일을 겪게 되자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난 급박하게 구원을 갈구했다.
“사, 살려주세요! 저 납치됐어요! 살려줘요! 저, 절 좀 살려줘요!”


유일한 구원자.


배달원이 부드럽게 웃었다.
그는 웃는 얼굴이 놀라울 정도로 맑았다. 훈훈하면서도 상쾌한 게 꼭 때 묻지 않은 소년 느낌이랄까? 서늘하게 긴 눈매가 날카롭지만 눈동자는 다정했고, 신기할 정도로 동공이 검은 남자였다. 배달원의 눈은 빛이 없는 밤의 어둠처럼 완벽하게 검었다.

배달원이 크고 강한 목소리로 약속했다.
“내가 여기서 당신을 구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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