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제국의 방패로 이름 높은 뮌제 로헤올 공작이 산길에서 강도에게 살해당했다.
그녀의 미심쩍은 죽음은 여러 왕국에 강한 충격을 주었다. 힘 있는 제후를 내치기 위해 황제가 수를 썼다는 생각을 과연 아무도 못 했을 것 같은가. 아니다. 머리 돌아가는 수많은 사람이 했다. 제국이 두려워 입 밖에 내지를 못할 뿐.
남의 나라 공작의 억울한 죽음 같은 것을 구태여 파고들 이유가, 그럼 그 사람들에게 있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세계는 경악 속에 입을 다물었다.
죽은 사람이 바라던대로였다.
-단 한 명의 예외를 제외하고서.
*
시신 없는 장례식에 다녀온 직후였다.
라파엘 에흐베 대공은 존귀한 자를 추모하기 위해 선택된 꽃을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로헤올 공작을 찾아야 한다.”
처참한 현장을 직접 확인했었음에도 죽은 공작의 오랜 친구였던 라파엘은 얼어붙은 이성으로 생각했다.
너는, 죽지 않았어, 뮈즈.
네가 죽었을 리가 없어.
*
그로부터 2년 뒤, 왕국 아리오의 수도 얼숍.
연쇄 실종사건 해결을 위해 조사하던 은여우단 단장 엘르시어는 부하의 소개로 한 서점을 방문한다.
“설령 귀족 나리가 오셔도 책은 팔지 않습니다. 이 책들을 가져가는 사람은 세상 끝까지 추적해서 몹시 불행하게 만들어주겠다고 결심했대요.”
“…….”
“아이코. 그러고 보니 그 결심을 한 사람이 나지.”
책을 팔지 않는다는 그 서점에는, 사람들이 뒷목을 붙들게 만드는 대책없는 바보가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