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나정에게는 못다 한 ‘꿈’이 있다.
바로 돈 걱정 없이 그림을 실컷 그려보는 것.
연봉 높은 대기업에 입사한 후, 미술 학원에서 수업을 듣던 어느 날이었다.
고대하던 상반신 누드 소묘를 앞둔 순간.
청바지만 입고서 강의실에 등장한 모델의 정체가 나정은 낯설지 않았다.
그러니까.
“왜…….”
팀장님이 거기서 나와요?
그는 냉철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상사, 한정우 팀장이었다.
“은나정?”
설상가상으로 나정은 정우에게 존재가 발각되고.
앞으로 험난한 회사 생활이 펼쳐질 줄 알았지만…….
“내 몸 때문에 잠을 못 잔다면서.”
“……끅!”
“자꾸 생각난다면서.”
“……끄윽!”
잊고 있던 흑역사의 언급에 딸꾹질이 터져 나왔다.
“가벼운 연애라면 얼마든지 하실 수 있잖아요. 팀장님이라면 꼭 제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왜일 거 같습니까?”
흔들림 없는 눈이 나정을 직시했다.
한없이 짙어져서 선뜻 들여다보기가 겁이 나는 까만 눈동자가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훑어내렸다.
“그건 은나정 씨가 생각할 몫이지.”
“…….”
“나쁜 머리 아니잖아. 한번 잘 생각해봐요.”
대체…….
이 남자의 숨겨진 진짜 본색은 무엇일까?
***
-본문 발췌 중-
“팀장님도 티 안 내셨잖아요.”
“뭘.”
막상 속마음을 털어놓자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내가 은나정한테 제대로 돌아있다는 거?”
맙소사.
누가 들을까 나정은 다급히 정우의 입을 틀어막았다. 초조한 그녀와 달리 정우의 두 눈은 깊고 잠잠했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대로 잠길 것만 같았다.
“감당할 수 있겠어요?”
“……뭘요?”
그가 목을 조이던 넥타이를 소리 없이 슥, 잡아당기며 낮게 속삭였다.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될 텐데 감당할 수 있겠냐고.”